문제는 B에서 발생하는데 대책은 A에 만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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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센터장 댓글 0건 조회 115회 작성일24-08-21 11:06본문
최근 한 국회의원이 주최한 <불법사채 근절 3대 입법토론회-3차 ; 불법사채 피해 방지를 위한 서민금융지원 강화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자활주민(기초수급자)들의 피해 사례와 상호금융(공제조합) 사례를 지참했다. 그러나 각계 전문가의 발제와 토론을 듣고서 다른 이야기를 했다. ‘문제는 B에서 발생하는데 대책은 A에 만든다’는 문제의식이 즉석에서 생겼기 때문이다.
대책 요지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인프라 및 재원 확충이었다. 대책의 표적은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였다. 이들은 시장에서 노동해 번 소득으로 먹고사는 시장 질서의 최약자다. 그러나 불법사채의 가장 손쉬운 먹잇감은 기초수급자 등 시장에서 버는 소득이 없거나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취약계층의 불법사채 수요를 대체할 대안으로 소액생계비대출 확대를 검토했지만 정작 최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약 250만 명)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었다. 이 걱정을 토로하였다.
금액이 많건 적건 시장에서 번 소득은 신용, 담보 등 은행 거래의 자격과 조건이 된다. 즉 고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생계급여 등 국가로부터 받는 소득은 월급처럼 안정적일지라도 은행 거래의 자격과 조건, 고객이 못 된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처지가 이러한데, 불법사채는 적어도 돈 빌려줄 때만큼은 그들을 고객으로 예우한다. 지원제도처럼 심사나 평가를 하지 않으며 부끄럼이나 죄책감 같은 마음의 상처도 주지 않는다. 더구나 친철하고 접근성이 좋고 편리하기까지 하다. 불법사채 이용과 피해 문제는 이처럼 관계적인 면이 크다.
자본주의 질서의 고객이 되고 안 되고는 이익 여하에 달린 것이지만 ‘인정(認定)’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동자, 자영업자의 ‘시장 소득’과 기초생활수급자의 ‘사회 소득’을 차별하는 이유가 꼭 금액만의 문제는 아니란 뜻이다. 사회 소득을 시장 질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으로서의 자격(권리)을 제한하거나 박탈하고, 열등한 처우와 스티그마(낙인)를 전제한다. 이는 ‘자유권(공민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자본주의가 자유를 주는 대가로 독립(자립)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무방해진다. 대개 정치는 이 질서 안에서 그 구성원(만)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기 마련이다. 이번 토론회도 그런 느낌이었다.
사회 소득 생활자들의 금융 문제를 기존 은행계에 내맡기는 것은 불법 사채만큼은 아니겠지만 위험해 보인다. 이들에 대한 ‘인정’은 시장이 아니라 사회가 먼저 해야 할 일―할 수 있는 일 같다. 사라졌지만 이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는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생계급여를 담보로 편리하게 지방자치단체에 소액을 대출받아 쓰고 상환(90% 이상)했다. 사회가 인정하기만 하면 이런 대안은 꼭 입법이 아니어도 마련할 수 있다. 더욱이 이것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라 돈을 돌리는 것에 가까우니 보다 쉽다.
토론회 며칠 뒤 주최 측 비서관은 전화를 걸어와 두 차례 걱정을 더 들어주었다. 입법으론 어렵겠지만 다른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는 다짐도 해주었다. 우리도 할 일이 있는 것 같다. 배려에 앞서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지 않으면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게 되는 세상이다. 우리 누구나 자칫 그리고 ‘훅’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
(추신)
“서민금융진흥원의 주력 대출금인 ‘햇살론 15’의 대출금리는 15.9%로, 이는 2023년 대부업체 평균 신용대출 금리 14.3%보다 높다. 공적 금융의 성격은 거의 없고 고금리 대환 대출 상품의 성격만을 가지고 있다(송태환 민생연대 사무처장 발제문 중).”
기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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