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일기

2023. 9. 19 (화) : 나의 이름을 걸고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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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센터장 댓글 0건 조회 162회 작성일23-12-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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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실장)9/19] 갑자기 간병 요청 전화가 계속 들어온다. 작년 추석쯤에도 이랬던 기억이 있는데 약간 데자뷰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의뢰서가 들어와 봐야 알겠지만. 급한 일을 처리 한 후에 구 청년방에서 자정시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3시간 정도 했다. 지난 일을 정리하는 것은 과거를 정리를 하는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고생은 누군가 하는 것이고.


[이경주(센터장)9/19] 9/19. 집에서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로 바로 출근했다. 서울자활협회와 E거버넌스, (사)자원순환사회로가는길과 맺는 협약 때문이었다. 고단한 출근길이었다. 우이경전철이 신호 오류로 저속 지연 운행되어(차내 방송이 말하기를) 객차는 콩나물시루 같았고 실내 온도와 습도가 높아 무척 괴로웠다(속으로 화도 났다). 출근객들은 콩나물처럼 축축해졌고 꼼짝할 수 없었다. 사람 없이 운행되는 차량에 책임자나 호소할 누군가는 없었다. 정차 역 플랫폼마다 안전을 확보, 안내하는 자(직원)도 없었다. 객차 여기저기 끙끙 참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머리를 두리번거려 중앙통제실 전화번호를 찾아 바로 전화했다. 입을 가린 채 차분히 통화했다. 그러나 그 후 두 역을 지나쳤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겨울도 아닌데 차창에 결로가 생겼다. 다시 전화했고 감정을 억눌러 더 차분히 말했다. 긴장기란 없는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황당하고 불쾌했다. 몇 분 뒤 온도변화가 감지되었지만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종착역까지). 객차 천정에 붙어있는 CCTV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다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온도 등 객차 안팎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화면이 보였다.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그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어떡하면 만날 수 있을까?

 협약식은 훈훈하게 나름의 격조도 있게 잘 된 것 같다. 마치자마자 지역자활아카데미 61기의 마지막 수업(인권에서 시민의식으로 나아가는 자활사업)을 위해 부랴부랴 복귀했다. 내 일정으로 시간을 늦춘 터라 늦으면 큰일이었다. 오후 1시부터 두 시간을 넘게 주민들에게 이야기했다. 최근 타 센터에서 했을 때보다 다행히 말이 잘 풀렸다. 확실히 나는 아마추어인 것이 우리 센터 주민들 앞에서 편하고 더 큰 공감대를 느낀다. 강의를 마치고 잠깐 숨을 돌린 다음 교육 수료 간담회를 이어 가졌다. 이 시간은 그야말로 지역자활아카데미의 대미를 장식하는 시간이다. 시작 전 나는 영감靈感을 느껴 즉석에서 이 시간의 명칭을 즉석에서 바꾸었다. 

 [나의 이름을 걸고 이야기하다]. 실제로 자기 이름이 적힌 표찰을 목에 거는 데에서 영감을 받았다. 두 달여의 교육 기간 내내 객석에서 듣기만 하던 주민들이 자기의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시간이다. 사회 속 권력과의 관계에서 침묵은 금이 아니고 침묵하면 억압당한다는 것이 이 시간의 문제의식이다. 시작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질문 요청 앞에서 침묵으로 조롱거리가 된 한국 기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설명한다. 우리는 저처럼 다 말(질문과 의견)하기를 무서워하고, 그렇게 침묵을 금으로 교육받고 침묵에 길들어 왔다. 저 엘리트들도 저러하니 우리가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고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오늘만큼은 말하자. 오늘 방 탈출 미션은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모두 말해야 여기서 나갈 수 있다.

 이번 기수 참여자들의 발언은 더 열정적으로 느껴졌다. 처음으로 마이크를 사용했는데 그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또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주민들은 그 시간의 흐름을 눈치채지 못했다. 얼굴에 피로한 기색은 없었다. 서로의 이야기에 웃고, 박수를 치고,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보일 뻔도 했다. 


[조인(주민지원팀)9/19] 요즘 들어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느낀다. 얼마 전만 해도 더운 여름에 헉헉거리고 있었는데 벌써 가을비와 선선한 바람이 불고, 긴팔을 입어야 하는 계절을 느끼며 새삼 놀랍다. 또 출근해서는 컴퓨터에 일거리를 가득 띄우지만, 어떤 거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멍하게 있거나 무력감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도 그렇다. 쉼이 조금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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